트럼프, 취임 일성 역시나 ‘미국 우선주의’와 ‘영토 팽창주의’

입력 : 2025-01-21 18:32:44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취임사서 ‘아메리카’만 41번 언급
안보 무임승차 불가 입장 재천명
국제기구 탈퇴 감행 여지도 남겨
영토 확장 운명론 표현까지 사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식 후 워싱턴DC에서 열린 축하 무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식 후 워싱턴DC에서 열린 축하 무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우선주의 시대 2.0’을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영토 팽창주의적 야심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아메리카만 41번 언급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약 30분 동안 진행된 취임식을 통해 ‘아메리카’라는 단어를 41차례나 사용, 대외 정책 기조가 자국 우선주의라는 사실을 천명했다. 또 ‘위대한’(great)은 17번, ‘강한’(strong)은 4번을 사용했으며 ‘다시’(again)라는 단어는 13번 언급하며 자신의 재집권으로 인해 미국은 다시 위대한 국가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미국 국내뿐 아니라 대외 정책 모두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가 녹아 있었다. 2017년 집권 1기 취임 때와 똑같이 모든 정책에서 미국의 이익을 가장 먼저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주장해 왔듯이 지난 4년간 조 바이든 행정부 기간 미국의 경제와 안보, 가치, 신념 등이 송두리째 망가졌다는 자체 진단이 깔려 있다.

우선 평소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해 온 그는 이 자리에서 ‘안보 무임승차 불가론’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끔찍할 정도로 이용하고 있다”며 “그것에 더해 우리가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것은 이중고”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입돼 있는 국제기구에 대해서도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1기에 이어 이번에도 재집권하자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서부 개척 역사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영토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영토를 넓히는 것이 신이 부여한 운명이라는 의미의 ‘매니페스트 데스티니’(명백한 운명)란 표현을 동원했다. 다만 취임 전 파나마 운하 외에도 캐나다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신식민주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취임사에서는 이들 지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칼을 쥐고 휘두르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칼을 쥐고 휘두르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신감 드러내며 지도자 면모 부각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는 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 취임사에 반영됐다면 올해는 원칙과 실행 계획을 겸비한 정치지도자의 면모가 전면에 부각됐다는 것이다.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 외에도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대규모 추방 개시와 외국 범죄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발언은 첫 백악관 입성 때와는 대조된다. 당시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제시하면서 “간단한 2개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만 약속했다. 원칙 두 가지는 ‘미국 물건을 사고,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취임사의 길이도 2017년 16분에서 올해 34분으로 대폭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언급도 늘렸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 승리를 자주 언급했다며 “자신이 더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