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대학에 입학하기로 한 외국인 유학생 3명 중 1명이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서 정상적으로 학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부산행’을 희망하는 유학생은 증가하고 있지만, 비자 발급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 유치로 인구 감소 문제 돌파구를 모색한 지역 대학과 부산시의 고심이 깊어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상반기 부산 20개 대학에 입학 예정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5787명 중 32% 정도인 1885명이 비자 발급 거부나 지연으로 입학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외공관을 통한 유학 비자(D-2) 신청이 개학 전에 처리되지 않은 결과다.
비자 발급 지연 배경에는 ‘K컬처’ 흥행 등으로 증가한 한국 유학 수요가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외공관을 통한 유학 비자 신청 건수는 7만 114건이다. 4년 전인 2020년 3만 6046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개학 시기마다 수만 건의 비자 신청이 몰려 발급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 공급과 비자 발급 속도가 엇박자를 내면서 일선 대학에서는 등록 취소 현상이 빚어지는 실정이다. 지역 소멸로 직격탄을 맞은 대학이 돌파구로 모색했던 유학생 유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부산 대학들은 매년 유학생 다수가 비자 발급 문제로 입학조차 못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입학 취소가 고스란히 등록금 손실로 이어지면서 대학 살림살이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부산 A대학 관계자는 “지방 사립대는 외국인 유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데 비자 발급이 늦어져 입학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연히 등록금도 환급해야 하는데 학교 운영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유학하기 좋은 도시 부산’ 슬로건을 내걸며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연간 3만 명 유치를 공언했기에 깊은 고심에 빠진 상태다. 비자 발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학생 유치 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광역형 비자 시범 사업’으로 유치할 외국인 유학생 300명도 비자 발급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1000명을 유학 비자로 입학시킬 계획이지만,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부산출입국외국인청 비자 담당 인력은 2명뿐이다.
부산시는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나 외교부 등에 공문을 보냈으나 여전히 가시적인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일단 법무부가 광역형 비자 시범 사업으로 이달 중 개최하는 사전 설명회에 참석해 관련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은 “시가 지역 대학과 긴밀히 소통해 법무부에 대안 마련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며 “외국인 유학생을 부산 시민으로 정착시킬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