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여부 미확정 2호기 바로 옆서 1호기 해체 ‘안전 딜레마’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입력 : 2025-08-17 20:18:00 수정 : 2025-08-17 20: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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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해체 안전성 논란

사실상 붙어 있는 1·2호기 위치
다양한 중요 설비도 함께 사용
가동·해체 동시 진행 위험 우려
해외서도 방사능 누출 등 빈발
최악의 경우 상정한 대비책 필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호복 등 장비를 착용한 작업자들이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 사고 여파로 작업 난이도가 올라가 해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졌다. EPA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호복 등 장비를 착용한 작업자들이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 사고 여파로 작업 난이도가 올라가 해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졌다. EPA연합뉴스

원전 해체는 예민한 작업이다. 방사선 누출과 피폭을 완벽하게 막기 위해선 철저한 계획과 경험이 필요하다.

고리 1호기 해체는 국내 첫 원전 철거 시도다. 고리 2호기가 사실상 붙어 있다는 특수한 상황까지 겹쳐 있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동 원전 옆 해체 현장?

올 6월 26일 열린 ‘제216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녹취록에 따르면, 원안위는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안건을 검토하면서 2호기와의 근접성 문제를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2호기를 가동할 때 1호기 해체 작업자가 추가로 받는 피폭 문제를 다뤘고 1·2호기 공용 설비의 사용 유무, 오염 공유, 시스템 간섭 가능성 등을 살폈다. 2호기는 2023년 4월 설계수명을 채워 가동 정지된 상태로, 계속 운전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 제무성 원안위원은 “통상 10년 정도 정지하고 해체하는데, (1호기는) 8년 정도 됐다”며 “2호기 계속 운전 여부가 결정 안된 상황인데 1호기 해체를 결정하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회의에선 미국 스리마일 섬(TMI) 원전 사례가 언급됐다. 1979년 TMI 2호기가 노심이 녹는 중대 사고로 폐쇄됐지만, 안전상 이유로 즉각 해체되지 않았다. 2019년 인접한 TMI 1호기가 폐쇄됐고, 그제야 본격적으로 해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고리 1·2호기는 원자로 간 거리가 유난히 가깝다. 1970년대 건설 당시엔 지금보다 원전 이격 거리 기준이 엄격하지 않았다. 1·2호기는 에어 시스템부터 비상디젤발전기 등 다양한 설비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호기가 계속 운영이 되면, 비산·진동·피폭 등을 주고 받아 서로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간섭과 영향은 불가피하다. 두 호기는 배관, 해수 처리 설비, 터빈, 액체 폐기물 증발기 등 다수 주요 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해 왔다”며 “어떤 예기치 못한 영향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측은 “해체 계획의 적합성과 방사선 방호 계획의 적합성,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의 구체성 등을 검토했고, 심사가 마무리된 올해 2월부터는 심사 결과에 대해 원자력안전전문위의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한수원도 1호기 해체가 지연될수록 상당한 관리비가 지출된다는 등의 이유로 해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크고 작은 사고의 연속

고리 1호기는 가압경수로여서, 안전성 확보에 상당히 유리하다. 두꺼운 격납 건물 안에 방사능 오염 구역이 집중돼, 다른 형태 원전보다 오염 범위가 좁다. 영구 정지 원전은 핵연료봉이 분리돼 있다. 해체 과정에서 폭발 같은 중대 재해 사고가 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해체 공사는 공기가 매우 길고 더딘 작업의 연속이다. 작은 실수나 방심으로 방사능이나 오염수 누출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고, 실제로 그런 일이 반복해서 벌어졌다.

2023년 10월 해체 중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배관 청소 중 방사능 오염 액체가 작업자들에게 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호스를 분리하다가 배관에 남아 있던 오염수가 분출됐고, 작업자들의 방호 장비 착용도 완벽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에도 제1원전 2호기 작업자의 얼굴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작업 중 오염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모든 작업자들의 피폭 정도는 가벼웠으나, 해체 작업 중 긴장감이 떨어질 경우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영국 폐기물 처리 단지인 ‘셀라필드’는 관리 부실로 인한 계속된 사고로 악명 높다. 올 5월에도 작업 중 핵물질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5.5kg짜리 캔이 떨어졌다. 다행히 방사선 노출은 없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엔 폐기물 운송 중 미량의 방사선이 누출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2019~2020년에 단지 내 노후 원전에서 방사선을 품은 용액이 외부로 누출돼, 지하수까지 오염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사고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24년 11월 ‘원자로 운영과 해체 관련 보고서’에서 “부식된 장비나 구조물, 돌발 방사선 수치, 누출과 오염 등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적절한 관리가 없으면 사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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