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부산을 방문하면서 경호·경비를 맡는 부산 경찰도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부산에서 치르는 첫 양자 정상회담인 만큼 경찰은 행사장 인근에 ‘갑호비상’을 발령하며 경찰력을 총동원한다.
29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30일 부산에서 열릴 한일 정상회담 경비를 위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부산에서 정상회담과 만찬 일정을 갖는다. 경찰은 주요 행사장 인근에는 경비 비상 단계 중 가장 높은 갑호비상을 발령한다. 갑호비상이 내려지면 경찰관의 연가가 중지되고 가용 경찰력의 100%까지 동원이 가능하다. 이외 일부 지역에는 을호비상을 발령할 예정이다. 을호비상은 경찰력 50%를 동원할 수 있는 두 번째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 체제다.
경찰은 정상의 이동 경로를 철저하게 경호할 계획이다. 정차 시 테러 위험과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국빈 경호 기준에 맞게 무정차로 이동할 예정이다. 모터케이드와 싸이카(오토바이 경호대)도 동원해 국빈을 에스코트한다. 신호와 교통·안전관리를 위해 교통경찰 200명(부산경찰청 100명·일선서 100명)가량이 동원된다. 경찰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며 한일 정상의 안전도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경비·경호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주요 동선으로 거론되는 지자체들엔 주민 출입 통제를 안내하는 플래카드가 부착됐다.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안전한 행사 관리를 위해 일정 시간 출입이 제한된다.
주한 일본대사관과 부산경찰청 간 핫라인도 정상회담 일정 내내 운영된다. 일본 측이 판단하기에 정상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부산경찰청에 즉각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일본 공관을 통해 부산 경찰에게 바로 정보가 공유되도록 창구를 일원화했다.
일본 총리가 양자 회담을 계기로 서울 이외의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제주도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래 21년 만이다. 이시바 총리의 방한 자체도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부산 한일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가 크며 중책을 맡은 경찰의 어깨도 무겁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새 청장을 맞이한 부산경찰청의 경비 능력 시험대이기도 하다. 신임 엄성규 부산경찰청장 직무대리는 29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그는 서울경찰청 경비과장, 경찰청 경비국장 등을 지낸 경찰 내 대표적인 ‘경비통’으로 꼽힌다. 부산경찰청장 취임식 이후 곧바로 대규모 국제 행사인 한일 정상회담을 치르는 만큼 엄 직무대리는 직접 현장 관리에 나섰다. 지난 28일에는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될 행사장 등 정상의 주요 동선을 방문해 점검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김해공항이 주요 관문으로 활용되는 만큼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경비, 경호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의미도 지닌다”며 “경찰 내부도 한일 정상회담의 무사 개최를 위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