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라벨 얼마나 알고 있나요?] GAP… 청바지 회사가 깻잎도 키운다?

입력 : 2016-05-24 19:02:35 수정 : 2016-09-14 00:55:3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서 신선·가공식품마다 붙어 있는 식품 표시를 생각보다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식품 문맹'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 김종덕 경남대 석좌교수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문맹자라고 하듯 음식을 잘 모르고 가치를 모르는 상태를 가리켜 '음식 문맹'으로 정의했는데, 식품 문맹도 그 연장선일 것이다. 그 식품 문맹을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일 식생활교육부산네트워크 상임 대표 이경애(이학박사·부산교육대 실과교육과) 교수와 함께 부산 동래구 명륜동 메가마트 동래점을 찾아서 '왜, 식품 라벨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가'를 알아봤다.

■따지다 보면 먹을 게 없다고?

먹을거리 문제를 기사로 다루다 보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옛날처럼 산속으로 들어가서 혼자 집 짓고, 농사짓고, 가축 길러 가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다 보면 먹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그 성분이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안다면 먹는 횟수를 줄이거나 더욱 조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더욱이 식품에 화학첨가물을 넣기 시작한 지도 반세기 남짓. 그 위해성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최근 들어서이다. 따라서 우리 몸속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나쁜 물질이 언제, 어떻게 힘을 발휘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가공식품에 길들여지는 아이들은 어른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리라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이 교수는 "이왕 가공식품을 먹어야 한다면 식품 라벨에 나와 있는 '영양 성분 표시와 '영양 강조 표시'도 따져 보고, '알레르기 유발 성분 표시', '소비자 안전을 위한 주의 사항'도 확인하면서, 600여 종에 이르는 식품첨가물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여 나갈 것"을 권장했다.

■안전한 마크를 찾아서 활용하라!

이 교수는 또 '국가 인증 농식품' 표지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사용한다면 아주 유용할 것이라면서 마트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표시를 일일이 찾아서 확인시켜 준다.

현재 이 표시는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9개 형태에서 2012년부터 1개 형태로 통일됐다. 식별 표지 색상도 초록색이 기본이지만 포장 형태 등을 고려해 적색과 청색을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됐다.

친환경 농산물로는 '유기농'과 '무농약'이 있고, 우수 농산물 표시인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도 보인다. 친환경 수산물 표시로 '친환경수산물'과 '품질인증', 친환경 축산물로 '무항생제' 및 동물복지 축산 농장 표시 '동물복지'도 눈에 띄었다. 또한 안전관리인증 'HACCP'과 '유기가공식품' 인증, 명성과 품질 등이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지리적 표시'(PGI), 정부 보증 '전통식품'과 한국식품명인제도 '식품명인',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저탄소' 표시도 눈길을 끌었다. 로고별 자세한 설명은 농식품정보누리(안심먹거리) 홈페이지(www.foodnui.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식품첨가물·유전자변형식품 표시 등엔 아쉬움

이 교수와 마트를 둘러보면서 식품 표시 제도의 아쉬운 점도 발견했다.

대부분의 식품 표시가 너무 작은 글씨로 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이 읽기엔 어려웠다. 또 식품에 들어있는 방부제를 소르빈산칼륨, 소르빈산나트륨, 안식향산나트륨, 안식향산칼륨, 안식향산칼슘, 파라옥시안식향산메틸, 파라옥시안식향산프로필, 프로피온산나트륨, 프로피온산칼슘 등으로 표시하다 보니 이들 성분이 방부제인지도 모르고 소비자가 구입하게 되는 점도 있었다.

이 교수는 "소비자가 점점 똑똑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교사들이 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매장에선 찾기 어려웠지만 '유전자변형식품(GMO)'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현행법에선 GM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식품의 경우, 원료 함량과 관계없이 제품의 용기나 포장에 '유전자변형식품'이라고 표시하게 돼 있지만 △GM 농산물이 주요 재료 5순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최종 제품에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기름이나 간장 같은 경우엔 '표시 생략 가능' 품목이 되는 것이다.

그는 화학간장인 '산분해간장' 비중이 70~90% 되는 혼합간장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원칙을 지키는 우리 맛' 운운하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한마디 했다. "절실하지가 않은 것 같아요. 식생활교육부산네트워크에서도 여러 차례 강의를 열어보지만 사람이 모이지가 않아요. 다들 자기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죠."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