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막판 표심을 끌어당길 묘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수진영을 정면으로 파고들며 상대 진영 내 공간을 넓히고 있고, 국민의힘은 최대 악재인 ‘계엄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당이 대대적인 분위기 반전에 나선 모습이다. 집토끼를 품에 안고 산토끼를 쫓는 민주당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통해 중도층을 끌어들이려는 국민의힘 간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앞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핵심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보수진영 내 공간을 벌리고 있다. 이 후보가 홍 전 시장의 핵심 지지단체인 ‘홍사모’, ‘홍사랑’, ‘국민통합찐홍’ 등과 홍준표 캠프 SNS팀의 지지 선언을 이끌면서다. 이들 단체는 13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가 통합을 내세우고 있으니,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 후보와 공유하겠다”며 이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후보는 페이스북과 유세를 통해 여러번 홍 전 시장을 언급하며 지지층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 선배님의 국가경영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등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며 “홍 선배님은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셨다. 유머와 위트, 통합의 정신을 잊지 않는 진정한 정치가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셨다”고 언급하는 등 연대 의지를 내세웠다.
여기에 더해 홍 전 시장의 책사이자 홍준표 캠프에서 경제 정책을 담당했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도 이 후보를 돕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동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진 않지만, 외곽에서 경제 정책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대위 직에 연연하지 않고 나라 통합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이 후보의 정치가 성공하도록 언제든 조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시장 지지세를 흡수한 이 후보는 보수진영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날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14일엔 부산과 경남을 또다시 찾는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가진 ‘경청투어’로 지난 9일부터 1박 2일 간 경북 경주와 경남 창녕 등을 훑은 바 있다. 이 후보가 사흘 만에 민주당의 험지격인 영남 지역을 재방문하는 것은 ‘국민 통합’ 이미지를 부각하며 보수진영과 중도층 표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과 대구·경북(TK) 지역 내에서 이 후보에 대한 반감 여론이 특히 큰 점도 그의 영남 행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쇄신 의지와 유연함을 부각하면서 당 기류 변화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12·3 비상계엄 등 탄핵 사태에 대해 “고통을 겪은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첫 공식사과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김용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출당·제명 등 거취 정리 문제와 관련해 “목요일(15일) 비대위원장에 정식 임명되면 말씀드리겠다”며 당 차원의 조치를 시사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해 이날 “탈당 여부는 본인 뜻”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내에선 당 차원의 출당·제명 보다는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으로 정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당적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국민의힘은 내홍을 봉합하고 진정한 ‘원팀’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의 지지율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그리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통해 중도층 표심을 확장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