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행정 투명성이 높은 시대에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나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부산 만덕과 센텀시티를 잇는 지하 30~60m 대심도 터널 공사장에서 2월 25일 0시 40분께 토사가 흘러내리는 붕괴사고가 발생했는데 공사 감독기관인 부산시가 이를 사흘이 지나서야 28일 언론에 공개했답니다. 사고 지점 바로 옆을 도시철도 3호선이 지나고, 아파트와 주택가, 초등학교까지 가까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늑장 행정이 있을 수 있을까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하철 운행 속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부산시가 사고 사실을 공개했다는 의혹까지 나옵니다. 과거보다 훨씬 깊게 땅밑 지반과 지층을 뚫어야 하는 대공사인 만큼 대심토 공사장에서의 사고 위험은 상존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사후 대응입니다. 이틀동안 시공사와 현장 조사를 했으면서도, 시의원들을 만난 부산시 담당자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인 조사를 정밀하게 한 뒤 공개해야 시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부산시의 해명은 궁색합니다.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겠다는 지역의 지방행정기관으로서 안전관리 시스템과 시민 홍보 시스템을 엄격하게 점검해야 할 상황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다른 대심도 공사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과 함께 공법에 더 안전을 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부산시의 미숙한 행정이 드러난 사례가 디지털자산거래소입니다.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 2년 동안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미래상을 그리기 위한 부산시와 추진위의 첫 전체회의가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끝나버렸다고 합니다. 거래소에서 다룰 디지털상품에 대한 개념과 성격조차 아직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는 추진위와 부산시의 엇박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품을 거래할지에 대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부산시가 올 하반기 거래소 출범을 서두른다는 것 역시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검토와 토론을 거쳐 실현 가능한 답을 하나씩 찾아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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