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추위가 완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엄동설한을 이겨 내고 채 가시지 않은 추위에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이 있으니, 바로 매화다. 매화가 남녘에서부터 하나둘 만개하면 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매화를 ‘봄의 전령’이라 부르는 이유다. 매화는 겨우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에서 홀로 꽃을 피워 고결한 자태와 기품이 더욱 깊다. 이런 매화이기에 난초(蘭), 국화(菊), 대나무(竹)와 함께 사군자라고 하여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했다. 은은한 매향이 퍼져 나가면, 봄이 오는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매화는 초봄까지 꽃을 피우며 봄의 향연을 준비하는 벚꽃과 유채꽃, 개나리꽃 등에 봄 기운의 바통을 넘긴다. 매화가 아른거려 부산에 온 봄 소식을 찾아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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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사(부산 동래구 충렬대로 347)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과 싸우다 순절한 선열을 모신 사당이다.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돼 있다. 사찰(절)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충렬사 곳곳에는 매화나무가 있다. 도착하자마자 매화가 눈에 들어온다. 충렬사 입구에 있는 충렬탑 뒤쪽에 매화나무 두 그루가 백매를 환하게 피웠다. 입구로 들어가 안내소를 지나면 정면에 본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고, 계단 끝에 본전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인 충렬문이 있다. 충렬문과 이어진 담장의 오른쪽과 왼쪽 앞에 둥그스름한 매화나무 세 그루가 하얀 꽃을 가득 피웠다. 종이컵에 가득한 팝콘 같다. 충렬문으로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있는 기념관 뒤쪽 문으로 나가면 충렬사 매화의 진수가 고고하게 서 있다. 매화나무 다섯 그루가 백매를 환히 피우고 있는데,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듯 야릇하다. 추켜든 사진기 앵글 안에 백매가 한가득 담긴다.. 문을 입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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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대표하는 고찰인 범어사(부산 금정구 범어사로 250)는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이다. 범어사 내에서는 여러 곳에서 매화를 만날 수 있는데, 특히 홍매와 청매, 백매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더욱 설렌다. 매화는 색에 따라 백매, 홍매, 청매, 분홍매, 흑매 등으로 부른다. 이 중 백매와 청매는 모두 꽃잎 색이 하얗지만, 백매는 꽃받침이 자주색, 청매는 연두색을 띤다. 홍매의 경우 붉음이 옅으면 분홍매, 짙으면 흑매로 구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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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사적공원(부산 수영구 수영성로 43)은 부산시 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곳이다. 조선 시대 남해안의 4군영을 관할했던 수군총괄군영인 경상 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있었던 자리다. 현재 성은 없고 성지 관련 유적만 남아 있다. 안용복 장군 충혼사당과 충혼탑, 25의용단 등 유형문화재와 비지정 문화재가 있다. 수영사적공원의 매화는 25의용단 내에 있다. 25의용단은 임진왜란 때 수영성에서 일본군에 저항하다 죽은 25명의 수군과 성민의 충혼을 모신 곳이다.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25의용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가는 외삼문에 들어서면 내삼문 오른쪽 담장 앞에 백매 두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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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로 유명한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몰운대 입구에 가면 3대째 이어져 온 주점 ‘할매집’이 있다. 1979년부터 1대 시할머니가, 뒤를 이어 2대 시어머니도 손수 술을 빚었다. 이름조차 없던 할매집 동동주는 3대째에 이르러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MZ세대 ‘며느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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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봄의 전령’ 매화를 보며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 3년간 열리지 못했던 경남 양산 원동매화축제가 올해 재개된다. 경남 양산시와 원동매화축제추진위원회는 오는 11~12일 원동면 원동마을 일원과 쌍포매실다목적광장에서 원동매화축제를 개최한다. 매화 군락지로 유명한 원동역과 주변 주말장터 일대가 볼거리와 체험 거리로 가득 채워진다. 상춘객들은 원동역~주말장터, 주말장터~둑방길, 쌍포매실다목적광장 일대에서 원동 매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원동 매실과 미나리, 딸기 등 먹거리도 풍성하다. 낙동강변 철길을 따라 자리 잡은 매화나무는 원동역을 중심으로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만발한 매화 옆으로 달리는 기차는 매우 운치가 있고 수려해 사진으로 담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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