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가족 친지들과 어디에서 휴가를 보낼지 뒤늦게 검색하는 직장인들의 손길이 바쁩니다. 자연과 함께 하며 번잡한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자연휴양림을 찾는 사람들도 많고, 제1호 국가정원이자, 세계정원박람회로 유명해진 순천은 박람회를 준비하며 만든 정원시설이 관광객을 유치하는 거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순천과 울산(태화강)에 이어 3번째 국가정원으로 선정된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계획 수립 단계부터 정부의 압박에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대규모 국비 예산 투입을 꺼리자 산림청이 사업 규모를 30%가량 줄인 수정안을 준비중인 건데요, 기재부의 논리가 기이합니다.
거제를 시작으로 전국에 국가정원 남발이 우려되고, 전액 국비로 조성한 국가정원이 없으니 지방정부도 일정 부분 재정 분담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가정원 사업은 산림청을 실무부처로 하는 정부가 담당하는 일입니다. 지자체들이 전국에서 유치하려고 나선다 해도 선정 주체가 계획과 입지를 따져 결정할 일입니다. 또 순천과 울산은 지자체가 조성해 운영하다 국가정원으로 승격됐으니 초반 지자체 예산 분담이 당연했던 일이지만,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계획부터 정부 주도로 하는 국가 사업입니다.
수도권과 충청 이남으로는 돈도 사람도 남아나지 않는 지방 소멸 시대에 국가정원을 통해 남부권 관광 산업의 거점을 제대로 조성하는 것이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투자일 것입니다. 이름에서부터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를 내건 국가정원이라는 점에서도 상대 국가들에 대한 존중의 뜻을 담아 내용과 형식에 허술함이 없어야 합니다.
더구나 2030월드엑스포 같은 국가 이벤트를 유치하려는 국면입니다. 인구와 시장 측면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고, 외교 측면에서도 완충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아세안 국가들입니다. 세입 예산이 부족하면 세수 확대 방안을 마련할 일입니다. 꼭 써야 할 예산을 졸라매고, 미래를 위한 투자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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