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염처리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와 반발이 큽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제염시설(ALPS) 점검과 처리 계획 전반에 대한 점검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방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소금을 비롯한 일부 수산물 사재기가 이뤄졌고, 활어 판매장은 매출이 뚝 떨어졌습니다.
오염수 검증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수산물 소비를 꺼리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은 원산지에 대한 불신입니다. 길게 보면 해류에 의해 동아시아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로 오염수는 퍼지겠지만, 방류지점 가까운 데서 생산·채취되는 수산물은 꺼림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울산에서는 5~6월 일본산 참돔이라는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속이거나, 원산지를 밝히지 않은 횟집과 수산물 판매업소 74곳 적발했다고 합니다. 단속과 점검을 강화하더라도, 오염수 방류 시점이 더 다가오면 수산물 판매를 생계로 하는 업자들로서는 원산지를 속이거나 숨길 유혹이 더 커질 겁니다.
기획재정부는 수산물 비축 예산을 예년의 배 이상(750억 원→1750억 원)으로 늘리고, 민간 수매 지원 예산 1150억 원과 소비쿠폰 640억 원도 편성했습니다. 정부가 미리 많이 사두고, 쿠폰을 지급하며 소비를 장려한다고 국민의 불신을 씻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애초에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지 않는다면 이런 소비 진작 예산이 더 필요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일본 정부가 자국내 처리·보관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기에 가장 저렴한 처리 방법을 택했다는 환경단체들의 비판에 아직 뾰족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가닥 희망은 아직 있습니다. 정부 발표를 보면 이번 IAEA의 검증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한 검증입니다. 실제 제염처리한 오염수가 계획대로 처리돼 기준치 이하의 안전한 방사능 수치를 보이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때는 환경단체들까지 검증단에 포함하는 방식으로라도 이견 여지 없는 신뢰도 있는 검증 결과를 받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구모룡 칼럼]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이렇게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재난 자본주의가 작동하면서 인간 중심적인 판단으로 바다를 이용하고 나아가서 착취하려는 기도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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