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보이지 않고, 돈과 건물만 보인다.”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가 지난 10일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 44~46층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6개 동 재개발 건축 계획을 조건부 승인한 뒤 일대 재개발이 현실화 되면서 이런저런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기사에서도 지적했듯 수십 년 이 지역에서 성매매 사업을 영위한 업주들과 그들로부터 임대료 등의 수익을 챙겨온 일부 건물주들이 고밀도 재개발의 이익을 고스란히 독차지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는 ‘이권 카르텔’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유형이 성매매 카르텔일텐데, 그들의 이익을 보란 듯이 보장해 주는 조치가 지자체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느냐는 겁니다. 물론 재개발 사업 검토와 승인 권한이 시에 있지만 민·관공공동원회 형태로 구성돼 외부 위원들의 충분한 심의를 거치는 절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도시건축공동위가 사업자의 49층짜리 건축 계획에 대해 “통경축을 훼손하고, 준거 높이를 높여야 할 객관적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데 비춰보면 고작 3~5층 낮춘 높이에 불과합니다. 시는 조건부 승인 이후 “통경축 확보를 위해 동 수를 늘려 건물 사이 시야를 확보하는 등 지적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업 승인으로 이 지역 주변의 고밀도 개발을 부추기는 신호탄이 될 소지도 큽니다.
게다가 상업적 재개발보다는 도시재생을 통해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여성과 젠더 문제,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는 의미 있는 장소로 탈바꿈 시켜나가는 도시 재생 사업이 필요하다던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묵살되었습니다. 기자가 돌아본 현장에는 이미 ‘철거예정’ 알림판이 곳곳에 붙었고, 현금인출기 2대도 철거돼 전체 업소 영업 중단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완전 폐쇄 전제조건이던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에 대한 논의나 행정적 조치는 조례 제정 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제자리입니다.
완월동 구성원의 한 축이던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은, 최소한 업자와 건물주들의 쏠쏠한 재개발 이익과 같은 크기로 다뤄야 합니다. 돈과 건물만 보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과 약자, 소수자를 아우르는 행정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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