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운동, 스턴트, 경호, 군인, 경찰. 힘깨나 써야 한다는 여섯 개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이 팀을 이뤄 승부를 펼칩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사이렌:불의 섬’은 ‘여자판 피지컬:100’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지의 섬에 모인 여성들이 직업군별로 4명씩 팀을 꾸려 피지컬 한판 승부를 펼치고, 상대 기지를 점령하는 게임입니다. 기지 점령 과정에서는 당연히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나보다 센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서 왔다”는 참가자들은 과연 자부심과 경력이 대단합니다. 너무 힘든 탓에 남자 소방관들도 참가 자체를 꺼리는 ‘최강소방관’ 대회에 처음 도전했던 김현아 소방교, 여성 최초 대통령 경호원 이수련,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쓴 유도 국가대표 김성연,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707 특수임무단 출신이자 유튜버로도 익숙한 ‘깡미’ 등 각 분야 엘리트들을 한 데 모았습니다. 이들은 7일간 외부와 단절된 채 다양한 한계를 경험합니다. 1화는 선착순으로 1km 달리기 경주를 펼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경주 장소가 갯벌인 것이 문제입니다. 웬만한 남성도 지쳐 중도 포기할 법한 과제도 주어지지만 모든 팀이 수행해냅니다. 이후로는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집니다. 피지컬로 대결을 펼쳐 승자가 생존한다는 개념 자체는 ‘피지컬:100’과 유사하지만, 성별을 여성으로 제한한 점 말고도 여러 면에서 차별점을 뒀습니다. 우선 밀폐된 공간에서 게임을 진행해 ‘오징어게임’과 유사하게 연출된 ‘피지컬:100’과는 달리 땡볕이 내리쬐는 무인도에서 진행돼 훨씬 야생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가장 큰 차이는 기지 점령전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는 점입니다. 불시에 섬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면 참가자들은 상대팀 기지를 공격할 수 있고, 가장 먼저 수비 깃발을 뺏겨 점령당하는 팀은 곧바로 탈락합니다. 전투 과정에선 타격을 제외한 몸싸움과 기물 파손이 허용됩니다. 매일 대형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피지컬 대결에서 승리한 팀에겐 점령전에서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이득이 주어집니다. ‘사이렌:불의 섬’은 2주 동안 총 10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됩니다. 지난달 30일 1~5편이 공개됐고, 각 회차당 러닝타임이 40분 안팎이라 큰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 공개된 5편 중 초반부는 서로 탐색전을 펼치는 탓에 조금은 느슨한 느낌이 있습니다. 연출 역시 속도감이 있거나 타이트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박진감이 커집니다. 특히 ‘사이렌:불의 섬’에서만 볼 수 있는 기지 점령전에선 꽤나 살벌한 몸싸움이 벌어져 긴장감이 상당합니다. 사력을 다하는 여성들의 힘 대결이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기지 점령전이나 아레나전에서 직업별 강점이 드러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팀전이다보니 상대팀을 공략할 수 싸움이 벌어지고, 동맹을 통해 서로의 관계가 얽히고설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업군별 특징보다는 동맹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리고, 특정 팀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점은 아쉽기도 합니다. 또 윤성빈, 심으뜸, 추성훈 등 인지도 높은 유명인이 대거 등장하던 ‘피지컬:100’에 비하면 참가자들의 면면이 익숙하지 않아 개개인의 매력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대결은 충분히 힘들어 보이고 직관적이긴 하지만, 창의성이 가미됐다면 더 흥미진진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소소한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여성들의 피지컬 대결, 기지 점령전이라는 신선함과 몸을 아끼지 않는 참가자들의 분투가 자아내는 박진감은 ‘사이렌:불의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입니다. 연출을 담당한 이은경 PD는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여자치고 잘한다’는 말을 절대 듣고 싶지 않았다.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이라며 “기존의 서바이벌이 남성 위주로 진행됐고 출연진의 직업군 자체가 남성들이 대표적이다. 본 적 없는 출연진이라 새로울 것 같다. 팀원들이 어떻게 연대해서 살아남는지가 포인트”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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