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였습니다.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1편이 보여준 화려한 영상미는 당시엔 혁신적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 기자가 가장 좋아하던 밴드 ‘린킨파크’(Linkin Park)의 명곡 ‘왓 아이브 던’(What I've Done)이 흘러나와 특히 반가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자는 성인이 됐고,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무려 7편까지 제작됐습니다. 지난 6일 개봉한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이하 ‘비스트의 서막’)은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1994년을 배경으로 하는 리부트작인 만큼, 기존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이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서사는 역시 단순합니다. 지구를 파괴하려는 악의 무리로부터 ‘오토봇’과 동료들이 맞서는 내용입니다. 전작에서 악당 ‘디셉티콘’이 ‘매트릭스’나 ‘큐브’와 같은 에너지원을 차지하려 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지구에 숨겨진 ‘트랜스워프’를 놓고 선과 악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트랜스워프는 우주의 시공간을 여는 열쇠입니다.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행성을 통째로 파괴하는 절대자 ‘유니크론’은 그의 부하 로봇들인 ‘테러콘’을 통해 트랜스워프를 손에 넣으려 하지만, 지구에 피신해 있던 오토봇과 ‘맥시멀’ 종족이 인간과 함께 저지에 나섭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맥시멀’은 고릴라, 치타, 독수리, 코뿔소 등 동물의 형상을 한 로봇 종족입니다. 대다수 관객에겐 낯설겠지만, 트랜스포머 원작 애니메이션인 ‘비스트 워즈’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스크린에 구현된 동물형 트랜스포머들은 전작에서 짧게나마 볼 수 있었던 공룡형 로봇들처럼 동심을 자극합니다. 캐릭터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신예 감독인 스티븐 케이플 주니어는 ‘비스트의 서막’에서 ‘다양성’에 집중했습니다. 그간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여성 주인공은 전형적인 미인상이거나 백인이었는데, 이번 작품의 주연 엘레나(도미니크 피시백)는 보다 친숙하고 평범한 외모의 아프리카계 흑인입니다. 샤이아 라보프, 마크 월버그 등 백인 스타가 도맡았던 남성 주인공도 라틴계 신인배우(앤서니 라모스)로 바뀌었습니다. 다양성은 로봇 진영에도 반영됐습니다. 맥시멀과 오토봇, 테러콘 모두 여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팀원이 있습니다.
새로 선보인 로봇들은 강력한 힘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메인 빌런인 테러콘 리더 ‘스커지’는 오토봇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을 손쉽게 제압합니다. 맥시멀 종족도 그에 못지않은 전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종반부에 페루 고원지대에서 오토봇과 맥시멀, 테러콘이 뒤엉켜 펼치는 대규모 전투 장면은 꽤 스펙터클합니다. 또 영화 곳곳에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법인 ‘점프 스케어’를 적절히 활용해 적당한 긴장감도 선사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위기·갈등 상황에서 남자 주인공 ‘노아’를 설득하고 힘을 불어넣는 장면들이 다소 작위적이고 진부합니다. ‘불쾌한 골짜기’도 호오를 가를 요소입니다. 털까지 달린 맥시멀 로봇들이나 지나치게 인간을 닮은 얼굴을 한 오토봇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철판으로 된 로봇의 얼굴에 부드러운 입술까지 표현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악당인 테러콘이 패배하는 과정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유니크론’에게서 얻은 어둠의 힘으로 매우 강력하다는 설정이고, 실제로 극 초반에는 오토봇이 테러콘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오토봇이 쏘는 무기는 장난감 총처럼 ‘삐용’ 소리를 내는데, 테러콘의 무기에선 묵직한 자주포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오토봇 진영은 무기나 장비를 강화하는 등의 변화를 주지 않고도 결국 테러콘을 어렵지 않게 무찌릅니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고릴라를 닮은 로봇 ‘옵티머스 프라이멀’이 이끄는 맥시멀의 활약이 그리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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