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 ‘익스트랙션’(extraction)은 ‘구출, 추출’ 등을 뜻합니다. 2020년 넷플릭스에 공개됐던 영화 ‘익스트랙션’은 ‘토르’로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익숙한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의 구출 작전을 그린 액션물입니다. 마블 시리즈로 이름을 날린 루소 형제가 각본과 제작을 맡았고, ‘어벤져스:엔드게임’ 등에서 스턴트 배우로 활약한 액션 전문가 샘 하그레이브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기자는 어설픈 개연성과 진부한 스토리 때문에 1편에서는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6일 공개된 2편은 만듦새가 좋아졌습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최강의 특수요원 출신 타일러 레이크(크리스 헴스워스)는 온몸에 총상을 입고도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 조용히 살아가기로 합니다. 그러나 영화 속 은퇴한 전직 특수요원들은 항상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부터 기이한 미션을 받기 마련입니다. 타일러 역시 생면부지의 남자로부터 위험천만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받고 사람을 구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이제 타일러는 조지아 마약밀매 조직 ‘나가지’의 가족을 감옥에서 탈출시켜야 합니다. 영화의 핵심은 역시나 수준급 촬영기술로 구현한 화려한 액션입니다. 극의 초반에 등장하는 교도소 구출 씬은 압권입니다. 정교한 롱테이크 기법이 주는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수많은 죄수들을 온갖 무기와 연장으로 물리치는 타일러의 모습이 영화 ‘존 윅’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 씬과 열차 전투 씬도 영리한 편집으로 롱테이크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헬기부터 중화기까지 동원된 고농도 액션이 끊임없이 펼쳐집니다. 헬스장 기구를 활용한 액션 등 창의력을 가미한 연출도 눈길을 끕니다. 머신을 사용한 뒤에 중량 원판은 꼭 제자리에 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밖에도 아슬아슬한 고공액션과 처절한 맨손 혈투까지 온갖 액션을 동원해 지루할 틈 없이 시청자를 몰아붙입니다. 다양한 최신식 화기와 군용 장비 등 ‘밀리터리 덕후’의 취향을 저격하는 요소도 충분합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다소 잔인한 묘사가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네이버 웹툰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에서 주인공인 ‘불사조’가 좋아하는 장르인 “미국인이 나와서 총질하고 다 때려부수는 영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포기한 건 아닙니다. 타일러가 목숨을 걸고 갱단의 가족을 구출하는 이유부터 이들 가족이 다시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게끔 노련하게 풀어냈습니다. 1편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타일러의 가족사를 다룬 것이 주효했습니다. 조연들의 활약도 나쁘지 않습니다. 타일러와 둘도 없는 동료인 ‘닉’을 맡은 이란 출신 여성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는 현란한 무술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닉의 남동생인 ‘야즈’ 역의 프랑스 배우 아담 베사는 책임감 강한 조력자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습니다. 영화의 메인 빌런인 ‘주라브’는 조지아 갱단 수장인데, 이 역할을 맡은 배우 토르니케 고그리치아니는 실제로 조지아 출신입니다. 강인한 인상을 바탕으로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뻔한 액션물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 ‘익스트랙션’ 시리즈는 이미 3편 제작이 확정됐습니다. 영화 종반부에는 타일러에게 구출 미션을 줬던 의문의 남자 앨콧(이드리스 엘바)이 다시 나타나 후속편을 암시하는 제안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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