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케냐, 진정한 사랑.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콘스탄트 가드너’를 찍고 싶었던 세 가지 이유라고 합니다. 영화는 글로벌 제약회사가 아프리카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벌인 불법적인 실험을 영국 외교관 저스틴(랄프 파인즈)이 목숨을 걸고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차분하고 이성이 앞서는 저스틴은 열정적이고 감정이 앞서는 인권운동가 테사(레이첼 와이즈)와 사랑에 빠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스틴은 케냐 주재 영국 대사관으로 발령받고, 테사는 저스틴과 함께 케냐에 가기 위해 결혼을 결심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테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저스틴은 그런 아내에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당부합니다. 테사가 의료봉사 활동에 전념하며 단짝처럼 붙어다니는 국경없는의사회 아놀드 박사와 내연관계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저스틴이 포착하기도 합니다. 온화한 성품의 저스틴은 당장 아내를 몰아붙이진 않지만, 테사를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인 테사는 옳다고 믿는 일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듭니다. 봉사활동 중 거대 제약회사인 쓰리비의 불법적인 신약 실험 의혹을 포착하고, 배경을 파헤치는데 밤낮없이 매달립니다. 테사는 외교관인 남편에게 부담을 안기고 싶지 않아 홀로 조사에 매진합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저스틴은 예전 같지 않은 테사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테사는 UN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아놀드와 함께 케냐의 로키로 떠났다가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옵니다. 대사관은 테사가 여행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하지만 저스틴은 배후에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되고,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한 흑막을 추적합니다. 결국 저스틴은 쓰리비는 물론 정부까지 민간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제 남은 의혹을 파헤치는 건 온전히 저스틴의 몫. 사건을 파고들수록 저스틴을 향한 위협이 커지고, 목숨까지도 위태로워집니다. 기자는 영화 줄거리를 시간 순서대로 설명했지만, 실제 극의 흐름은 조금 다릅니다. 중반까지는 플래시백(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을 적절히 활용해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갔습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저스틴과 테사 부부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영국 베테랑 배우 랄프 파인즈는 누구나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을 법한 따뜻한 외유내강 캐릭터 저스틴을 완벽하게 연기했습니다. 레이첼 와이즈가 맡은 테사는 열정적이고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면서도 사랑스러운 인물입니다.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인물의 사랑을 아련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호연 덕분입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저스틴이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아내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성격도 점점 테사처럼 변하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스릴러적 요소를 갖췄지만 두 배우 덕에 절절한 사랑이 돋보입니다. 특히 랄프 파인즈는 ‘한결같은 정원사’라는 의미의 영화 제목 ‘콘스탄트 가드너’처럼 우직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여우조연상), 미국 배우 조합상(여우조연상), 런던비평가 협회상(영국 여우주연상, 영국 남우주연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여우조연상) 등에서 인정받았습니다. 메이렐레스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짜임새 있는 각본도 감상 포인트입니다. 저스틴이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제약사의 음모를 알게 되는 과정이 작위적이지 않고 개연성이 있습니다. 스릴러 영화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배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포스터에서부터 “보지도 말라…듣지도 말라…오직 그녀만을 믿어라!”라는 문구로 등장인물의 배신을 암시합니다. 졸작으로 평가 받는 영화들은 주인공의 주변 인물이 배신하게 되는 이유가 허술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콘스탄트 가드너’는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관객은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되는 저스틴의 쓸쓸함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됩니다. 회상 씬과 감정연기가 교차되는 신파적 장면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 봐도 그리 촌스럽다거나 뻔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또 글로벌 제약회사의 위선, 아프리카를 착취해 성장한 선진국 등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전달하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각색상 등에 노미네이트 됐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편집상을 받았습니다. 웨이브에는 두 영화 외에도 누적 관객수는 적지만 완성도가 좋은 영화들이 다수 업데이트 됐습니다. 특히 기자가 극장에서 보고 감탄했던 ‘퍼스트맨’(2018), ‘칠드런 오브 맨’(2016), ‘미드나잇 선’(2018), ‘아메리칸 스나이퍼’(2015) 등을 추천합니다.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우주영화 ‘퍼스트맨’은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의 인생을 섬세한 연출과 편집으로 그려낸 휴먼 드라마입니다. ‘칠드런 오브 맨’은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지구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신생아를 지키려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2006년 공개됐지만 국내에는 10년이 지난 2016년에야 개봉했는데, 관객 수가 2만 명에 그친 게 아까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공상과학(SF) 영화입니다. ‘미드나잇 선’은 태양을 피해야 하는 희귀병을 앓는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로맨스물인데, 설렘을 안기는 오리지날사운드트랙(OST)이 기억에 남습니다. 실화 기반인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전쟁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삶을 그린 영화로,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