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배우 이선균, 가수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의혹이 일면서 우리 연예계가 마약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각에선 “이선균, 지드래곤 선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여당에 불리할 수 있는 정치적 이슈를 덮으려는 ‘기획 수사’라고 의심하는 이도 있지만, 여하튼 현재 국내 마약 범죄 현황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검거된 국내 마약류 사범은 모두 2만 230명. 한 해 검거된 마약 사범이 2만 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그것도 10~12월 자료는 합산되지 않은 수치다. 국내 마약 범죄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이 28배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가히 국가적 비상상황이라 하겠다.
마약과의 전쟁에 따른 검거 건수 폭증일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현재로선 정부가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는 매우 힘겨워 보인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마약 유통·소비 실태가 너무 복잡하고 거대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선 ‘액상 대마’ 광고가 버젓이 나붙고, 학원가에선 음료수 시음 행사를 가장해 ‘마약 음료’를 배포하는가 하면, 클럽에선 친구끼리 마약 탄 술을 나눠 마시는 게 예사로 여겨지는 지경이다. 마약 사범도 특정 계층이나 직업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 전 계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마약에 빠진 아들을 경찰에 직접 신고한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최근 "(어느 집이든) 집안에 누군가는 마약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경고할 정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