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모두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비슷하다. 대처 방법의 강도에 차이가 날 뿐이다. 친이민 성향의 민주당도 합법 이민 기회를 유지하거나 일부 확대하자는 정도이지, 불법 이민자를 관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불법 이주자들이 원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질러 미국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여론이 드센 탓이다. 미국 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더 높은 수준의 국경 강화 정책을 원한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국경 및 이민 정책이 완전히 재앙이라면서 재집권 시 국경 강화는 물론, 불법 이민자 수색 및 대량 추방, 대형 수용소 건설을 공언하고 있다. 또한, 해리스를 '국경 차르(czar·황제·최고 책임자)'였다면서 이민 정책의 실패를 공격하고 있다.
■“차에 물건을 두고 내리지 마세요!”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서도 경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정책 때문에 차량을 깨고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 노상 방뇨 등 경범죄가 횡행하면서 주민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마저 불안해하고 있다. 대부분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 뉴욕 등 대도시가 많은 주에서 범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마약 관련 범죄도 심각하게 증가해 미국 LA 도심의 6차선 도로에서 마약에 취한 사람이 좀비처럼 도로를 막고 서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LA 다운타운에서조차 한 블록 정도의 거리를 걸어가는 것이 위험할 정도라고 한다. 공화당은 경범죄자들은 처벌하지 않는 민주당 정책을 비판하면서, 처벌을 강화하고 강력범죄 교도소 신설, 범죄 소탕에 주방위군 동원을 주장하고 있다.
■“저 사람들 이상하잖아요, 안 그래요?”
해리스 부통령이 선정한 부통령 후보 팀 월즈와 트럼프가 선정한 JD 밴스 부통령 후보의 싸움도 관전 포인트다. 미네소타 주지사인 월즈는 흙수저 출신으로 주 방위군에서 복무한 뒤 교사와 풋볼코치 등을 거쳤다. ‘따뜻한 이웃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가진 월즈는 전당대회에서 프롬프트를 보지 않고 연설할 정도로 말솜씨가 뛰어나다. 풋볼코치로 휴식시간에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는 즉흥연설을 하면서 닦은 실력이라는 중평이다. 이에 비해 오하이오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같은 흙수저이지만, 아이비리그 출신 변호사로 실리콘밸리에서 부를 쌓은 밴스의 경우 권력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반대파로 정치적으로 성장한 뒤, 권력을 위해 친 트럼프로 돌아섰다는 지적이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을 두고 한 말이 미국 정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발언으로 ‘해리스, 월즈, 민주당=정상’ ‘트럼프, 밴스, 공화당=비정상’이란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리스도 여성의 낙태권을 공격하는 트럼프와 밴스를 여성혐오론자나 성차별주의자라고 공격하는 대신 “그냥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불렀다. 상식과 비상식의 구도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중국과의 패권 전쟁은 강경해질 듯
트럼프와 해리스 두 후보 모두 ‘중국 억제’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역임한 매트 포틴저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대체할 수 없는 승리’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며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은 이미 냉전 상태에 돌입했고, 명확한 목표는 중국 정부가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끔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도 ‘힘을 통한 평화의 귀환’ 기고문에서 “중국을 군사적·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적”으로 규정했다. 정당과 관계없이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산 수입품 관세 부과,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 기술 패권과 무역 전쟁이 불가피할 조짐이다.
■경제 불확실성 더 커져
대선 여부에 따라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및 폐기를 예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IRA를 폐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승용차량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방 보조금이 철회되거나 감소해 인센티브가 없어지게 되면, 대미 투자를 결정한 한국 자동차업체와 배터리 회사들도 투자 전략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
■동맹정책, 외교 롤러코스터 타나
미국의 정권교체는 대외정책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대체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해외에서 미국의 안보와 가치를 확고히 증진하겠다"면서 바이든의 바통을 이어받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해리스가 집권하면 각종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국제정치가 예측불허의 전장으로 변하게 된다.
트럼프는 일방적, 예측불가능한 형태로 대외정책을 처리할 위험성이 높다.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 요구,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독자적 미북 협상 추진 등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정책, 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 전환, 고립주의로 바뀌는 추세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내세워 이념과 가치, 동맹과 신뢰를 추구했던 것에서, 이익 추구가 전면으로 나서게 된다.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임석준 교수는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예측 가능한 해리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현재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창했던 다자주의동맹 등 국제 관계를 이어가야 한국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이번 대선의 결과에 따라 향방이 엇갈릴 전망이다.
■한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해리스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혹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칠까. 11월 5일 선거 결과에 따라 많은 국가와 기업, 사람들의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확실한 사실은 어느 정당이라도 대중국 압박과 미국 중심주의는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이 어떤 스텝을 밟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안상욱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국의 해외 원자력발전소 건립 사업 등 경제적 이해관계에서도 미국 정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 “대선 이전에 두 후보 진영과의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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