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비엔날레들은 어떻게 전용 공간을 활용하고 있을까. 12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1895년부터 지아르디니와 아르세날레 두 전시 공간에서 전시를 이어오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아르세날레는 역사적인 조선소를 개조한 공간이며, 지아르디니에는 각국의 국가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고정된 전시 공간 덕분에 지
속적인 인프라 투자와 효율적인 운영도 가능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도 1951년 이후 이비라푸에라 공원 내 시시리오 마타라조 파빌리온에서 꾸준히 전시를 이어오며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932년 시작된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 역시 고정된 공간에서 비엔날레를 개최함으로써 그 위상을 꾸준히 높여왔다. 이들 비엔날레는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며, 전용 공간이 안정적인 운영과 미술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비엔날레와 함께 인지도를 자랑하는 광주비엔날레도 1995년 첫 시작부터 전용관을 갖고 출범했다. 최근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습도와 온도에 민감한 작품을 수용하지 못하게 되자, 광주비엔날레 측은 2027년 완공 예정인 새 전용관을 현재의 비엔날레 전시관 주차장 위치에 건설 중이다. 광주는 전용관에서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인근 광주시립미술관과 대인시장, 광주극장, 무각사 등 광주의 특징적인 장소에도 전시를 배치했다.
■ 다시 전용관 진지하게 고민할 때
부산비엔날레는 이제 전용관을 확보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전용관을 새로 짓자는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착실히 준비하자는 것이다.
전용관을 새로 짓는 대신, 2022 부산비엔날레에서 사용된 북항 1부두 창고와 같은 지역의 옛 창고 건물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부산에는 교통 편의성도 뛰어나고 비엔날레의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적합한 장소가 제법 있다.
부산비엔날레는 이제 전용관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예술가의 참여를 유도하고, 부산비엔날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 전용관을 통한 지속 가능한 미래 구축은 부산을 넘어 국내는 물론, 국제 미술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산비엔날레를 베네치아 비엔날레나 휘트니 비엔날레처럼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시키려는 꿈이 있다면, 부산시는 비엔날레의 더부살이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화 도시를 꿈꾸면서 부산비엔날레에 전용관 하나 없는 현실은 치명적이다. 앞으로 30년, 100년을 내다보는 문화 정책, 문화 행정을 기대한다. 아울러 부산시의 문화 행정이 퐁피두센터 분관과 같은 외형적 화려함만 좇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