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묘지. 여기에 대해서는 “조상에 대한 예가 아니다” “관리 고충 생각하면 이해된다” 등 여러 견해들이 교차한다.
유림계는 당연히 콘크리트 타설을 반대한다. 흙은 뭇 생명을 품는 대지의 상징이다. 그래서 땅의 기운은 예로부터 신앙처럼 여겨졌다. 사람이 죽은 뒤에 흙에 묻히는 것도 본래의 자연으로 다시 돌아감을 의미한다. 묘지는 떠난 자와 남은 자를 잇는 역할을 한다. 조상의 묘를 섬기고 찾는 일의 소중한 뜻이 여기에 있다. 흙이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는 삭막한 시멘트 묘가 망혼에 대한 예의일 수 없다는 한탄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풍수지리 쪽에서도 시멘트가 지기(地氣)를 망쳐 후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본다.
하지만 묘지 관리가 쉬운 방식으로 세태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농촌의 노령화, 벌초를 비롯한 선산 관리, 산짐승 출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후손들은 대부분 외지에 있고 묘지를 지켜온 사람은 고령이 되어 간다. 관리가 지속되기 힘든 건 당연하다. 1년에 여러 차례 벌초를 해야 하는데 일꾼 구하기도 어렵다. 콘크리트 묘는 집안끼리 의논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충된 입장과는 별개로 콘크리트 묘가 환경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시멘트나 페인트·석재·인조 잔디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환경이나 미관 문제와 관련된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