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수년간 전통 명절 추석의 퇴보는 두드러지고 있지만 올해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 짙어졌다. 특히 추석이 있는 9월 중순은 절기상 가을인데도 오히려 8월보다 더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계절적으로도 과연 앞으로 전통적인 개념의 추석이 지속될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게 됐다. 더구나 폭염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추석 아침에 차례를 올리는 경우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만만찮은 데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추석에 평소 잘 먹지도 않은 음식으로 차례를 올리는 것이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것이다. 특히 젊은 층의 거부감은 훨씬 더하다. 그러니 아예 추석 당일 차례를 올리지 않는 게 큰 흐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봐도 작년까지는 차례를 올렸지만 올해부턴 이를 생략하는 집이 무척 많아졌다. 한국리서치가 추석을 앞두고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9%가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른 기관의 조사 결과도 거의 60% 정도로 이와 비슷했다.
대신 벌초나 성묘가 차례나 제사를 대체하는 분위기다. 대행업체에 맡기거나 아니면 친지나 가족들과 현장에서 만나 함께 벌초나 성묘를 하는 것으로 추석 행사를 갈음한다.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추석 차례 장면은 아마 쉽게 보기 어려운 모습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