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무더기 당첨이 나올 때마다 조작설이나 음모론이 확산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다.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이 굴절된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소위 ‘로또 명당’도 마찬가지다. 로또 추첨일이 가까워질수록 전국의 로또 명당에는 긴 줄이 이어진다. 그러나 로또 명당도 구매자 비율에 따른 상대적 확률일 뿐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국의 로또 명당을 표본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액과 당첨자 비율에 있어 일반적 로또 판매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로또 명당 주인이 로또 맞았다는 말이 맞는 셈이다.
독특한 알고리즘으로 당첨번호를 맞출 수 있다며 로또 마니아들을 유혹하는 예측 업체도 마찬가지다. 2022년 6월 있었던 1019회차 로또 1등 당첨자 가운데 42명이 수동으로 번호를 맞췄는데 당첨번호 예측 업체에서 1등 당첨번호의 6개 숫자를 분석해 내놓은 번호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출연 빈도를 이용한 로또 번호 예측은 이미 로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상식이 된 이야기지만 이 또한 검증되지 않았다. 출현 횟수가 상위에 속하는 숫자와 그렇지 않은 숫자의 출현 빈도 차이가 유의미할 정도로 크지 않다. 로또 당첨번호는 애초에 정보가 없는 수열에 불과할 뿐이다.
∎당첨 확률 낮추거나 게임비를 올리거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복권 당첨금에 대한 여론 수렴에 들어간 만큼 어떤 방향으로 개편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로또 당첨금 개편은 당첨 확률을 낮추거나 게임비를 올리는 방안이 대안으로 이야기된다. 서울대 통계연구소는 1~45에서 6개의 번호를 고르는 것에서 1~70에서 6개의 번호를 고르는 것으로 바꾸면 1등 당첨 확률이 1억 3111만 5985분의 1로 약 16배 낮아져 당첨금이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 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게임당 가격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세금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3억 원까지 22%, 3억 원을 초과하면 33%의 세금을 부과하는데 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24% 세율로 원천 징수하고 추가로 주정부가 별도 세금을 가져간다. 반면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일본 등 국가에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꿈에는 세금이 없다’는 말인데 로또 마니아들은 퇴색한 인생 역전의 의미를 보완할 현실적 대안으로 주장한다.
복권위는 다음 달 25일까지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당첨구조를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내에서는 현 당첨금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져 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사행성 조장이나 근로 의욕 감퇴 등 부정적 여론도 부담이다. 하지만 로또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해 개편 목소리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로또는 사는 순간 절반을 손해 보는 게임이다. 이런 수학적 명징성에도 불구하고 로또의 효용 가치는 서민의 빈 주머니를 따뜻하게 해주는 소박한 환상에 있는지도 모른다. 로또의 효용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구조개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