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75개국 대표들은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P)에서 급증하는 플라스틱 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2024년까지 마련하기로 결의했다.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최대 친환경 합의(그린 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구체적 협약안을 만들기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 회의가 네 차례 진행됐고 부산에서 마지막 5차 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플라스틱 생산 규제, 우려 화학물질 규제, 문제성 플라스틱 규제 등이 쟁점인데 결국 정부 간 합의를 통해 강제적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네 차례 회의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입장 차가 여전히 커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플라스틱 생산 단계부터 감축해야 한다는 강성 그룹인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야심 찬 목표 연합(HAC)’과 재활용·폐기물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약성 그룹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아프리카 도서국 등이 HAC에 속해 있고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생산국과 산유국을 주축으로 GCPS를 이룬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환경단체들은 부산 회의를 앞두고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폐기 등 전 주기에 걸친 감축 목표와 구체적 로드맵을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 중요
국가 간 논란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큰 틀의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플라스틱 산업과 사용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4위 에틸렌 생산국이고 석유화학이 국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친환경 플라스틱 연구개발, 고부가가치화 등 산업적 측면에서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에 대한 중장기적 로드맵 수립과 일관되고 지속적인 추진이 중요하다.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고 종이 빨대로 전환했다 다시 빨대 등 1회용품 규제 의무를 해제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과정에서 산업계와 자영업자, 소비자들이 겪었던 혼란을 다 기억할 것이다. 정부는 정부 간 플라스틱 협상 과정에서도 당초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에 부정적이거나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 부산 회의를 앞두고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부산 회의를 계기로 플라스틱에 대한 전향적 정책 전환과 산업 혁신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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