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해군은 노후화에다 유지·보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존스법에 의거 수리를 하려면 미 본토로 돌아가야 하는데 시일이 소요되고 현지 조선소의 비용과 기술도 한계에 다다랐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지만 보호주의는 요지부동이다. 존스법을 완화하거나 폐지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대신 동맹국을 끌어들여 해결하는 임시방편이 동원된다. 한국과 일본 민간 조선소에까지 미 해군 함정 MRO를 맡기는 식이다.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등이 속속 미국 MRO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선업 수주에 청신호이긴 하나 미국 정부가 자국 조선소와 일자리 보호를 핑계로 언제 돌변할지 몰라 안심할 수만은 없다. 취임 전부터 벌써 이차전지 보조금 폐지론을 흘려 한국 기업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약속했던 반도체 보조금도 마찬가지. ‘트럼프 2.0’ 행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핑계로 과거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고 대처해야 한다.
■ 무역전쟁 불가피… 불확실성 커져
‘트럼프 2.0’ 행정부는 강경 보호무역주의를 공언하고 있다.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징벌적 고율 관세를 무기로 삼겠다는 식이다. 선거 유세 때 국내 산업 보호와 해외에 뺏긴 일자리 회복을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중국에는 60%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관세 부담을 안겨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게끔 강제한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관세 장벽에 중국과 유럽은 보복할 것이고, 따라서 전 세계적인 무역전쟁은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무역전쟁이 발생하면 2026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3% 감소할 것으로 경고했다.
하지만 휘발유 세금을 올리면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것처럼 관세 장벽의 부메랑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관세 전쟁의 효과 분석을 보면 결국 자국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콜롬비아대, 프린스턴대가 공동으로 발표한 <2018년 무역전쟁이 미국 물가와 복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율 관세로 정부 세수가 늘긴 했지만 오른 세금만큼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결국 그 부담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 고스란히 전가됐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와 관료 중 고율 관세 정책의 효율성에 찬성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2.0’ 행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다. 이미 첫 번째 임기 때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돌연 탈퇴한 전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까지 탈퇴하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자유무역주의를 무시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전면화할 것이다. 모순 덩어리인 존스법이 조선·해운업을 몰락시키고도 100년 넘게 건재하는 것처럼 미국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무너뜨릴 보호주의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무역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벌써 전운이 감돈다. 미군 MRO 수주로 한국 조선업에 ‘반짝 호황’이 올 수는 있겠으나 나머지 산업 전반의 기상도는 흐림 일색이다. 수출 주도로 경제 성장을 일군 한국 경제 앞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장기 불확실성 시대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한국은 비상한 각오와 대비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