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좀비 바이러스 사태가 터졌습니다. 그러나 좀비 영화처럼 전 세계가 삽시간에 좀비 세상이 건 아닙니다. 군대가 나서 감염자를 사살한 덕에 확산이 억제된 겁니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 좀비가 됐습니다. 내가 아이의 부모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0일 개봉한 ‘좀비딸’은 이러한 상상을 영화화 한 코미디입니다. 이윤창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낳았습니다. 웹툰이 큰 인기를 끌었고 ‘흥행 보증수표’ 조정석을 주연으로 내세운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스토리상 신파로 물든 흔한 한국식 코미디 영화에 그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공존했습니다. 최근 개봉한 웹툰 원작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과연 ‘좀비딸’은 다를지, 직접 극장에서 봤습니다.
우리는 과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과 끝없이 쌓이는 빚, 생활이라는 무거운 짐 아래서 꿈은 점점 빛을 잃어간다. 그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숨을 죽이고, 마음속 깊은 곳에 쌓인 갈망을 묻어둬야만 했을까. 그런 순간, ‘독자’는 작은 빛을 찾아내듯 폰을 켜고, 자신만의 은신처인 웹소설 속 세계에 몸을 싣는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는 그의 삶은, 오직 그가 읽는 이야기 안에서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