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을 전제한 자유 또는 자유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강성 보수, 나아가 극우와 만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이상하게도 이들이 자유민주주의자임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서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그렇다. 전 목사는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자유통일당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전 목사가 요즘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흔들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를 통일했다”고 추켜세우고, 같은 당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를 비판하고, 전 목사는 홍 시장을 막말로 비난하고, 김기현 대표는 홍 시장을 질책하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전 목사는 심지어 “공천 다 잘라 버리라”며 국민의힘에 대놓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래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속만 끓일 뿐 별다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전 목사가 상당수 당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내년 총선 공천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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