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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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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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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봄철 산불로 몸살이다.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 530개 면적에 해당하는 397㏊와 주택, 펜션 등 건물 100채를 태웠다.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조선시대 정자 방해정 일부가 불타고 상영전과 인월사가 전소되는 등 문화재 피해도 발생했다. 2005년 강원도 양양의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삼켰던 산불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강릉 산불이 확산되고 있던 12일에는 경남 양산 원동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산불이 갈수록 잦아지고 대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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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국내 산불 발생은 376건으로 이미 지난해의 절반에 육박했다. 4월 들어서는 2일 하루에만 3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하루 발생 건수로 역대 세 번째다. 1위는 2002년 4월 5일 63건, 2위는 2000년 4월 5일 50건으로 모두 2000년대 이후다. 산불 증가세는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국에서 740건이 발생해 전년(349건) 대비 배 이상 늘었다. 규모도 대형화 추세다. 100㏊ 이상 대형 산불은 최근 10년 평균이 1.4건인데 2021년 2건, 2022년 11건으로 급증했다. 2018년 산불 피해 면적은 89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만 4782㏊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지난해 3월 4일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은 213시간 43분 지속돼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고 5~6월 경남 밀양 산불은 이례적인 여름철 대형 산불이었다. 산림청은 최근 산불이 급증하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화, 대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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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잦은 산불은 예년에 비해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월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평년보다 3.3도 높아 기상관측망을 전국으로 확대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부산 역시 지난달 평균기온이 12.3도로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았다. 봄꽃이 빨리 피고 진 것도 이 때문이다. 기상청 계절관측자료를 보면 올해 벚꽃 개화는 부산이 3월 19일로 역대 가장 빨랐고 서울도 3월 25일로 역대 두 번째 이른 개화였다. 매화, 개나리 등 봄꽃들이 개화 시기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한꺼번에 피었다 지는 이례적 풍경을 연출했다. 그 와중에 산에는 불꽃이 만발했다. 고온에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의 산들이 불쏘시개로 변했다. 올해 3월까지 전국 평균강수량이 85.2㎜였는데 연평균강수량(120.6㎜)에 크게 못 미쳤다. 게다가 강풍마저 동반해 대형 산불을 부추겼다. 강원도 양양과 간성 사이 동해안 강풍을 이르는 ‘양간지풍’이 맹위를 떨치는 것도 강원도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이다. 결국 최근의 산불 대형화 이면에는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기온이 1.5도 오르면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산불기상지수가 8.6% 상승한다. | | | |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은 전 지구적 현상이다.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호주에서는 무려 6개월간 지속된 사상 최악의 산불로 호주 전체 산림 면적의 약 14%가 불탔다. 2020년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2021년에도 반복돼 대형 산불이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같은 시기 터키,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대형 산불이 이어졌다. 2022년 남미와 중남미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함께 역대급 산불을 겪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 같은 지구촌의 대형 산불은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기후 악순환을 불러온다. 산불 자체로 막대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주요 탄소흡수원인 산림도 파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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