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학부생, 세계 정상급 학술지에 단독 논문 게재로 ‘화제’

입력 : 2025-09-25 15:11:00 수정 : 2025-09-25 16: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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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금융학과 2학년 이임현 씨
사회과학 분야 상위 5% 학술지에
교수·연구진 도움 없이 논문 등재
“공부 정진해 퀀트 분야 뛰어들 것”


지난 7월 SSCI Q1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동아대 금융학과 2학년 이임현 씨가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지난 7월 SSCI Q1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동아대 금융학과 2학년 이임현 씨가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부산 지역 대학 학부생이 사회과학 분야 세계 정상급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교수들도 쉽지 않은 성과를 학부생 신분으로 홀로 이뤄내 학계 안팎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아대학교는 “본교 금융학과 2학년 이임현(21) 씨가 지난 7월 사회과학 분야 세계적 인용색인(SSCI) 상위 25%(Q1)에 속하는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고 25일 밝혔다. SSCI 학술지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등재되는 만큼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중 Q1은 국내 교수들조차 쉽게 오르기 힘든 수준이다.

게재 학술지는 네덜란드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가 발행하는 ‘파이낸스 리서치 레터스(Finance Research Letters)’다. 저널 인용 보고서(JCR) 기준 상위 5%에 속하는 최상위 학술지다. ‘요일별 주간 극단값 집중 현상(Calendar-based clustering of weekly extremes)’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지난 7월 16일 게재 승인을 받았고, 같은 달 22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동아대 이해우 총장은 “교수나 연구진의 공동 저자가 없는 학부생 단독 논문 게재는 극히 드물다”며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 어려워 주변 도움이나 표절이 없었는지까지 확인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차원에서 이 씨의 연구 활동을 적극 지원할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논문은 주식·외환·국채·상품 시장에서 한 주 동안 최고가와 최저가가 특정 요일에 집중되는 현상을 분석했다. 기존 학계에서는 주간 최고가와 최저가가 무작위로 나타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이 씨가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니 요일별로 뚜렷한 패턴이 확인됐다. 그는 이 현상을 ‘주간 극단값 클러스터링’이라 명명하고 새 분석 모형을 제시해 무작위로는 설명되지 않는 뚜렷한 요일별 편차를 보여줬다.

어떻게 이런 주제로 혼자 연구를 시작했을까.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지난 24일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개설해준 주식 계좌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직접 매매를 하며 외환과 파생상품까지 관심을 넓혔고 ‘가격은 왜 이렇게 움직일까’라는 질문을 품었다. 그는 “기존 분석에는 비약이 많고 과학적이지 않다고 느껴 직접 데이터를 검증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경북 영주 출신인 그는 대학 진학 때 금융 관련 학과에만 지원했다. 동아대 금융학과에 입학한 뒤 부산으로 내려와 자취하며 학업과 연구를 병행했다. 공부는 철저히 독학에 가까웠다. 영어 원문 서적과 논문을 번역기와 필사를 병행해 읽었고 미국수학협회가 발간한 수식 가이드라인으로 형식을 익혔다. 분석에 필요한 대규모 계산을 위해 파이썬 코딩을 배우고 딥러닝 모델도 활용했다.

국내 학술지가 아닌 세계적 학술지를 겨냥한 것은 수년간의 탐색 끝에 “내 연구가 새롭고 의미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논문을 읽고 비교하면서 독창성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게재 확정 소식을 들은 뒤에는 “처음엔 기뻤지만 곧바로 자만할까 봐 스스로를 경계했다”고 회상했다.

이 씨의 다음 목표는 금융시장의 미시 구조를 더 깊이 탐구하고 정량 전략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는 퀀트 분야에 뛰어들어 자동 매매 알고리즘을 직접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퀀트는 수학과 통계, 프로그래밍 등을 활용해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는 자동화 투자 전략을 만드는 방식을 뜻한다. 그는 “수학 공부에 더 정진해 시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전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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