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여부를 묻는 이른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오는 23일 실시된다. 잔류파인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 잠시 소강상태였던 선거운동이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체포된 용의자는 "내 이름은 `배신자에게 죽음을, 영국에게 자유를'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는 가운데 콕스 의원이 다문화 공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만큼 용의자가 배타적인 극우단체와 관련이 있는지 그의 사상적 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민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아 불법이민을 막고 그 비용을 멕시코에 부담시키겠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양식 있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고 비판하지만 우려스런 것은 그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90세 노인이 노후 걱정을 하는 데 언제까지 살 생각이냐"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천700조 엔을 넘는 일본 국내 개인금융자산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초조감에서 나온 발언이다.
보통의 노인들은 연금이 줄어들면서 쓸 돈이 없어 생활보호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작년 9월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는 3천38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6.7%를 차지한다. 80세 이상 인구도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넘었다. 경제대국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기사를 모은 책 제목이 '노인지옥'이다. 국민개보험과 국민연금, 공적개호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그늘에서 빈곤화하고 있는 노인들의 실태를 파헤친 책이다.
노인들이 빈곤화하고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부담은 늘고 있지만 사회적 격차가 더욱 커지면서 소비의 양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금융자산 1억 엔을 넘는 부유층이 백만 세대를 넘어 도쿄 니혼바시의 백화점에서는 한 개 수십만 엔이나 하는 고급시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반면, 빈곤율은 2012년 16.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부모의 빈부 격차는 자녀들의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빈곤의 연쇄, 격차의 고정화라는 문제도 낳고 있다.
내달 10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는 선거권 연령을 현행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춘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된다. 고등학교 3학년이나 대학 1학년생 약 240만 명이 처음으로 참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점령기인 1945년 12월 20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여 이듬해 4월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여성이 처음으로 참정권을 행사하게 된 이후 70년만의 변화다.
이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 다양한 공약이 제시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최저임금이다. 일본의 현재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시간당 798엔이다. 매년 3%씩 임금이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7년 뒤인 2023년이 되어야 최저임금은 1천 엔이 된다.
그런데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1천 엔을 목표로 한다', 제1 야당 민진당은 `1천 엔 이상', 공산당은 `1천5백 엔을 목표로 하고 지금 바로 1천 엔'을 각각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은 65세 이상의 노인과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는 2%의 18, 19세의 유권자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표를 먹고 산다는 정치가를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다. 정당과 정치가들은 유권자들의 요구와 기대를 정책에 반영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표만 얻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처한 상황과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를 반영한 것인지를 가리는 것은 유권자다.
지난 17일 김관영 의원을 비롯한 의원 22명이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정치사회의 민주화, 교육수준의 향상, 정보사회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18세 이상의 청소년이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선거연령을 낮추는 게 국제적인 추세라는 이유에서다.
대학 진학과 취업이라는 불안과 난제에 직면한 그들의 정치적 관심을 높여 어떤 희망과 꿈을 꾸라는 것인지 정치가들에게 묻고 싶다.
조진구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도쿄대학 법학박사, 국제정치 전공)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